채소로 만든 음식이라면 건강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채소로 만든 음식이라도 조리 방법에 따라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채소 칩이 그렇다.
탄산음료, 아이스크림과 같은 초가공식품보다는 괜찮은 간식일 수 있다. 다만 무작정 ‘건강 간식’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시중에 유통되는 채소 칩은 일반적으로 얇게 썬 채소를 유탕처리(과자를 기름에 튀기는 공정) 해 만든다. 채소를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는 있지만, 채소에 기름이 스며들어 원물보다 열량이 높아진다. 조리 과정에서 나트륨이나 당이 첨가되는 제품도 많다.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신상아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채소 칩 중에는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소금, 설탕, 조미료 등을 첨가한 제품이 많다”며 “채소 칩을 먹으면 채소를 생으로 먹을 때보다 나트륨이나 당을 더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중 조절 중이거나 혈압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채소’라는 이름만 보고 무심코 채소 칩을 섭취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가공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고, 과잉 섭취 위험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채소 속 영양을 섭취할 목적으로 채소 칩을 먹으면 기대하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높은 온도에서 튀기면 채소에 풍부했던 비타민, 식이섬유, 철분, 칼륨 등의 성분이 파괴된다.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비트로 만든 ‘비트 칩’에서 항산화 효과를, 비타민A가 많은 당근으로 만든 ‘당근 칩’에서 눈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적은 양으로도 큰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생 채소와 달리 채소 칩은 포만감이 쉽게 느껴지지 않아 과잉 섭취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채소를 공기 순환 방식으로 조리하거나, 오븐에 굽거나, 낮은 온도에서 튀긴 칩은 높은 온도의 기름에 넣고 튀긴 채소 칩보다 열량이 낮으면서 영양 성분 손실이 적을 수 있다. 신상아 교수는 “채소 칩을 먹어야 한다면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고 기름 없이 에어 프라이어로 만든 것을 고르는 게 좋다”며 “그게 아니라면 채소 칩 대신 생 채소 스틱을 상큼한 레몬 드레싱이나 소금과 후추를 넣은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헬스조선 한희준 기자, 최소라 인턴기자